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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인권 및 권익정보제공]발달장애인 참정권 행사 여전히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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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리옹호
댓글 0건 조회 713회 작성일 22-05-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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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발달장애인 참정권 행사 여전히 '가시밭길'

빈칸에 투표 도장 찍기, 누군가에겐 '바늘귀에 실 꿰기'
지난 27일 인천시 서구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발달장애인인 변근수(사진 오른쪽)씨와 그의 어머니 심설희씨가 투표소 앞에 부착된 선거 벽보를 살펴보고 있다. 2022.5.27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투표하는데 헷갈려서 한참 고민했어요….
6·1 지방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27일 발달장애인 변근수(22)씨, 그의 어머니 심설희(55)씨와 함께 인천 서구의 한 사전투표소로 향했다.

근수씨는 투표소에 들어가기 전 입구에 마련된 벽보를 한참 동안 들여다봤다. 집에서 선거 공보물을 읽어보며 어느 후보들에게 투표할지 정했지만, 막상 투표소에 도착하니 해당 후보들의 이름과 소속 정당 등이 갑자기 헷갈렸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 심씨가 옆에서 차근차근 설명해준 뒤에야 발걸음을 뗐다.

투표용지를 받아든 근수씨는 기표소에서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심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들을 기다렸다.

근수씨는 "시장, 구청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비례정당, 기초비례정당 등 7개나 되는 투표용지를 받아보니 뽑으려 했던 후보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심씨는 아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서 발달장애인 등을 위해 미리 투표 연습을 시켜주는 등 소중한 한 표를 잘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용지 7개나 되는데 미리 연습 못해
선관위 안내 애니메이션 '홍보 부족'

선관위는 발달장애인 등을 위해 '선거안내 웹페이지'(www.nec.go.kr/static/easyVote/easyVote.html)를 마련해 쉽게 설명한 투표 안내 애니메이션, 투표 안내 책자, 투표 안내 카드를 게재했다. 그러나 사전 홍보가 부족했는지 근수씨는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날 경기도 수원시 화서2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발달장애인 이연우(20)씨, 이명선(21)씨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한 연우씨는 5분이 넘도록 기표소에 머물렀다.

그는 "용지 칸이 작아 도장을 그 안에 찍는 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명선씨는 "공약들이 담긴 공보물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며 "(그냥) 선호하는 번호에 투표했다"고 설명했다.

시각·지체장애인들만 보조원 가능
"공보물 쉽게·투표지 그림 등 필요"

발달장애인은 투표 보조도 받을 수 없다. 선관위는 시각장애나 지체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투표보조원을 두도록 했으나 발달장애인은 직접 투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런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대선 이후 선관위에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투표보조원 등의 조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철폐연대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들은 투표 현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몸이 불편하지 않다고 해서 온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투표보조원이 이들의 선택을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장애인이 후보 선택에 제한이 없도록 선거 공보물을 보기 쉽게 만들거나, 투표용지에 그림을 넣는 등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코틀랜드와 대만 등 일부 국가는 투표용지에 후보자 사진과 소속 정당 로고 등 시각적 이미지를 넣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돕고 있다.

/이시은·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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